CNN 방송을 통해 16일 아시아 전역에 방영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김용순(金容淳)의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모든 것은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빵에는 빵, 칼에는 칼’이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미사일 문제는 주권에 관한 사항”이라고 버티던 북한이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시사한 셈이다.
김비서는 지금까지 대미협상을 주도해온 김계관(金桂寬)외무성부상의 윗선. 또 사실상 북한의 대남담당 총책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는 상당한 무게를 실을 수 있다.
김비서의 발언에 대해 제임스 루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그것이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도 “적어도 대화에 의한 문제해결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미사일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 가능성을 비친 것은 이달 초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에서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북한측은 이전까지의 강경했던 태도와는 달리 “그 쪽은 뭘 줄 수 있느냐”며 은근히 미측에 미사일 발사 포기에 따른 반대급부를 다각적으로 타진했다는 것. 이 때문에 빠르면 내달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미사일 협상에서는 보다 진일보한 양측의 구체적 협상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북한측이 미사일 시험발사 포기의 대가로 무엇을 요구하느냐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포기하고 포괄적 접근구상을 수용할 경우 △경제제재 해제 △관계정상화 △대북 경제지원 등의 대가를 준비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미사일 발사 중단에 대한 별도의 선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측은 장기적으로 진행될 대북포괄적 접근구상과는 별개로 미사일 발사 포기에 따른 ‘별도의 선물’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음에 열리는 북―미회담에서는 미사일 발사 포기 대가를 둘러싼 구체적인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