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스트링앙상블의 첫 내한공연(17일·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일본 음악계의 저변을 확인할 수 있는 탄탄한 앙상블을 증명한 반면 개성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 무대였다.
도쿄 스트링앙상블은 영국 왕립음대, 스위스 국립음대 졸업생이 주축이 돼 그 기량이 만만치 않은 창단 2년의 신생악단.
첫곡인 아쿠타가와의 ‘삼부작’은 소나타 구조를 가진 고전적 기법의 작품. 일본 창작음악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일본의 민족음악적 요소는 양악의 구조속에 거의 희석돼 자취를 찾기 어려웠다.
바흐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은 리더(사와 가즈키)의 역할에 의문을 갖게 했다. 꼼꼼한 앙상블, 정확한 프레이징(분절)과 억양… 나무랄 데 없었지만 자신들만의 표정과개성을드러내지못했다.
“예쁘게 잘 꾸며진 식탁에 앉았지만 이야기 상대가 없는, 그런 기분이다.”(음악평론가 우광혁)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첼로독주에 피아노반주 대신 현악합주가 부가돼 일종의 ‘협주곡’으로 편곡한 무대. 양성원의 독주는 깊이있고 풍성했다. 그러나 편곡자체는 썩 매력적이지 못했다. 슈베르트가 피아노의 매끄러운 터치를 위해 남겨뒀던 리듬감이 현악합주의 둔중한 질감속에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마지막곡인 레스피기 ‘류트를 위한 옛무곡과 아리아’에서도 바흐곡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되풀이됐다.
잘 정리해서 포장한 느낌, 그러나 튀지 않은 단정함에 머문 아쉬움. 우리가 일본에 대해 가진 선입관 중 하나가 그대로 재현된 것은 우연의 탓일까.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