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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등급보류 판정 '거짓말'/적나라한 性에 담은 '기이한 사랑

입력 | 1999-08-19 19:11:00


화제의 영화 ‘거짓말’(감독 장선우)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이달초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변태적인 성행위 묘사’를 이유로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영화 ‘거짓말’이 17일 평론가 등 전문가 대상의 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를 계기로 이 영화의 극장 개봉을 막은 등급보류 판정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베일을 벗겨보니…▼

국내용 ‘거짓말’은 베니스영화제 본선 경쟁부문에서 상영될 필름과 달리 성기나 음모가 보이지 않도록 화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필름. 남자 주연배우 이상현의 인터뷰 장면으로 시작된 영화에는 도중에 여자 주연배우 김태연의 인터뷰, 영화촬영현장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메이킹 필름 등이 삽입됐다. 이 장면들은 관객에게 ‘이건 영화’라는 걸 계속 일깨워주는 효과를 노린 듯하다. 그 때문인지 충격적이고 변태적인 성묘사가 숱하게 나오지만 성적 환상을 유발하거나 관음증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는 않는다. 너무 자주 반복되는 성관계 장면은 되레 지루할 정도.

거창한 메시지 전달이나 가치관의 전복을 노린 것같지도 않다. 다만 불구자처럼, 비정상적 성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면 절정에 도달할 수 없는 두 남녀의 탐닉을 그린 ‘기이한 러브스토리’이다. 그 탐닉의 동기는 잘 이해되지 않지만….

▼갑론을박▼

시사회에 일반인이 배제되고 전문가들만 참석한 탓인지 이들은 대체로 등급보류 판정이 지나쳤다는 반응들. 영화평론가 심영섭은 “소재 자체는 파격적이지만 그 소재가 에로티시즘을 겨냥한 영화가 아니다”며 ‘18세미만 관람불가’등급으로 충분히 수용가능한 영화라고 평가. 영화평론가 전찬일도 “장선우 감독이 카메라의 선정성을 벗어났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반면 등급위원인 조희문 상명대교수는“개별장면이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상황과 대사, 시각적 묘사 등을 종합했을 때 현재 심의기준으로는 개봉되기 어려운 영화”라고 말했다.

한편 제작사 ‘신씨네’측은 객관적인 등급심사가 실현될 때까지 계속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화는 예외?▼

‘거짓말’과 막상막하로 노출이 적나라한 외화들은 개봉일정이 속속 잡혀 대조적.폴란드의 거장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샤만카’(9월4일 개봉)는 전체 상영시간 1시간45분 중 약 20분 가량을 빼고는 전부 에로틱한 노출과 변태적인 성행위 묘사로 채워졌다. 이번 주말 개봉될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폴라X’도 정사장면이 약 2분가량으로 짧고 화면이 어두컴컴하지만 배우들이 실제 정사를 벌이는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없이 그대로 심의에서 통과됐다.‘폭력’에는 관대하고 ‘성’에는 엄격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국내 심의기준. 여기에 ‘외국산’엔 관대하고 ‘국산’에는 엄격하다는 원칙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일까.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