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못할것은 아무 것도 없다'/ 프랑스와 미슐렝 지음/문신원 옮김/청림출판 253쪽 8,000원
전 세계 자동차 다섯대 중 한 대마다 장착돼 있다는 미쉐린타이어. 미국의 굿이어, 일본 브리지스톤과 더불어 3대 타이어 전문기업으로 꼽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매일 12만명의 종업원이 지름 20㎝부터 4m에 이르는 2만1000여종의 타이어 17만5000여개를 만든다.
그러나 이 공룡 기업을 이끄는 총수 프랑수아 미슐렝은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스스로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리기 때문. 이 책은 그 미슐렝이 프랑스의 두 언론인과 경영철학에 관해 나눈 장시간의 대담을 정리한 것. 98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 ‘미슐렝이 입을 열었다’는 이유만으로 일약 베스트셀러가 됐다. 대담자는 이반 르바이(트리뷴지 편집부장)와 이브 메사로비치(그룹 엑스팡시옹 편집부장).
▼ 미슐렝은 누구?
미쉐린 창업자 에두아르 미슐렝의 손자. 25세때인 51년 미쉐린에 입사해 공장에서부터 일을 배웠다.(미쉐린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미슐렝기업의 고유명사)
올해 나이 73세. 그러나 매일 아침 직접 차를 운전해 공장으로 향한다.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타이어의 고무냄새가 그립다”는 것이 현장주의 경영자인 그의 얘기.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는 마르크스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확고한 우파로 신에 대한 충성, 금욕적 태도로 기업을 이끌어 왔다. 그는 프랑스기업가뿐 아니라 지식인들 사이에서 ‘독특한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자본가’로 평가된다.
가구 세개가 놓인 그의 집무실은 100여년전 미쉐린사의 첫번째 공장이 세워질 때의 형태에서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 미슐렝, 미슐렝가(家)의경영철학
△직원들 각자가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경영이다〓자아실현과 일의 일치를 통해서만 기업과 인류의 진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미쉐린에는 경영자뿐 아니라 직원도 2,3대에 걸쳐 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장인들에게는 천지창조를 완수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경제와 과학발전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 많은 소유가 아니라 인간이 한계를 넘어서는 데 있다.
△기업이란 고객을 주어로 하는 동사와 같다.주어가 없으면 동사는 의미가 없다〓창업 이후 엄청난 부를 축적해 왔지만 미쉐린은 인접 분야로 기업을 확장하지 않았다. 지도책과 식당평가 안내서를 내는 일 정도가 외도라면 외도지만 이는 자동차 타이어를 사는 고객을 위해 벌인 서비스 차원이었다.
△자본주의는 ‘책임있는 선택의 경제’로 다시 정의돼야 한다〓시장은 선택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구매자들은 사소한 물건을 사면서도 신중하고 세심하게 고른다. 바로 거기에 자본주의 작동의 핵심이 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