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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오숙희]'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

입력 | 1999-08-20 19:44:00


▼ '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여성문제 강연하다가도 돈 얘기만 해보세요. 졸던 여자들이 다 벌떡 일어나요.”

여성학자 오숙희(40·경기 김포 여성민우회 대표). 수다쟁이 이웃 아줌마같은 입심으로 여성운동의 진보적 주장을 대중화해온 그가 이번에는 돈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새로 펴낸 책 ‘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여성신문사)

“제 스스로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돈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강연이 수입원이다보니 어디 강사료 많이 주는 기업체하고 조그만 시민단체에서 동시에 부르면 그 순간부터 제 안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거예요.”

한국사람들 사이에 ‘좋아하면서도 좋아하는 티를 내면 안되는’ 걸로 돼 있는 두가지 항목, 돈과 성. 그도 그 이중성때문에 끙끙 앓았다.

‘선생님’소리 듣는 내가, 진보운동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돈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는 명분과 프로인 내가 왜 내 몸값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나하는 회의.

여섯식구를 부양하는 생활인으로서 그는 돈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했다.

“제가 세운 돈 다루기 원칙 1조는 ‘수세식 화장실처럼’ 입니다. 기왕에 부정할 수 없는 돈, 화장실처럼 가까이 두되 깨끗하게 관리하자는 거죠.”

그는 특히 ‘벌면 벌러 나가서 미안하고 못 벌면 못 벌어서 죄스러운’ 여성들에게 적극적인 경제관을 가지라고 목청을 높인다.

“돈이라는 칼로 당신 자신을 해부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게 돈에 지배 당하지 않는 첫걸음이니까요. 한 인간의 진정한 자립은 경제적 자립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