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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집중진단]영화-게임소프트 서로 닮아간다

입력 | 1999-08-23 18:50:00


인터넷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테란 프로토스 저그 등 세 종족가운데 저그족은 영락없이 영화 ‘에이리언’의 괴물을 닮았다. 프로토스족의 기사단은 영화 ‘스타워즈’의 제다이 기사들과 흡사하다. 테란족과 저그족의 전쟁은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지구인과 우주벌레괴물의 전투를 연상시킨다. ‘스타크래프트’는 캐릭터와 화면 구성뿐 아니라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도전과 좌절의 생생한 인생사를 대리체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아주 ‘영화적’이다.

올 봄의 인기영화 ‘매트릭스’.

인공지능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매트릭스 프로그램 속으로 입력된다. 밖에서 조종하는 가상현실에 평생 갇혀 사는 인간들은 마치 ‘게임’ 속의 캐릭터 같다. 이 영화에서 한 단계의 승부가 끝나면 고난도의 승부가 또 이어지는 주인공 네오와 모피스의 쿵후 대련 장면 등은 게임의 구성방식 그대로다.

게임소프트와 영화. 별 상관이 없을 것같던 두 장르는 영상문화가 ‘아날로그시대’에서 3차원영상의 ‘디지털시대’로 바뀌면서 서로 닮기 시작했다.

영화를 본뜬 게임은 부지기수.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007’ ‘다이하드’ ‘미션 임파서블’ ‘쥬라기공원’…. 올 여름 국내에서 히트한 ‘미이라’도 곧 게임소프트로 나온다. 때로는 영화를 본뜬 게임소프트가 영화에 앞서기도 한다. 올 여름 ‘스타워즈:에피소드Ⅰ’ 개봉 이틀 전 ‘스타워즈:에피소드Ⅰ―레이서’ 게임이 먼저 나왔다.

이제 3차원 그래픽의 발전 등으로 놀라울 정도의 리얼리티를 갖춘 게임소프트를 영화가 본뜰 차례. ‘매트릭스’ 뿐 아니라 지난해 국내 개봉된 ‘너바나’, 상영 중인 ‘엑시스텐즈’는 게임과 현실의 모호해진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이들 영화에서는 게임기를 두뇌와 연결하는 마인드 게임(너바나), 척추에 구멍을 뚫은 바이오포트와 연결하는 게임(엑시스텐즈) 등 몸과 게임기계의 결합까지 시도된다.

할리우드에서는 아예 게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제작 중. 게임소프트 ‘툼 레이더’의 풍만한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를 모델로 한 영화가 제작되고 있고, 국내에서 전략게임소프트로 인기몰이 중인 ‘레인보우 식스’도 미국 파라마운트사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게임소프트가 홈비디오의 뒤를 이어 영화와 떼어 놓을 수 없는 새로운 파트너로 ‘등극’했다.

‘21세기 게임 패러다임’의 저자 김창배씨는 “게임과 영화는 둘 다 시나리오와 주인공이 있고 다양한 분야가 집합된 종합예술”이라며 “영화의 캐릭터와 게임의 능동성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영화게임’ 장르도 실현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