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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집중진단]2095년 영화의 세계는?

입력 | 1999-08-23 18:50:00


앞으로 100년 정도 후의 미래에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이 일은 새로운 영화의 탄생일까, 아니면 영화예술의 참혹한 종말일까?

영화탄생 200주년을 맞은 2095년 8월24일. 서울 뉴욕 모스크바 런던의 선택된 관객 5만명은 세계 최초로 ‘스타워즈:에피소드99’를 감상하는 행운을 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그 2시간 동안 전혀 새로운 영화를 함께 만들어냈다.

“정말 짜릿했어요. 내가 제국군의 전투기를 5대나 격추하다니!”

흥분된 얼굴로 극장을 나서는 알리스(27). 그는 극장에 들어가기 직전, ‘스타워즈’의 제다이 전투기 조종사 역할을 맡는 행운을 얻었다. 그가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지 못했다면 ‘스타워즈’의 이번 시리즈는 해피 엔딩으로 끝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2075년, 조지 루카스 3세의 ‘ILM―3000’팀은 새로운 극장 시스템 ‘엑시스텐즈’를 개발했다. 이는 관객들이 영화 속의 사건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그로부터 20년후, 이제 영화 관객들은 ‘엑시스텐즈 7.0’시스템을 이용, 직접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를 마음껏 바꿔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영국배우협회는 이날 런던 피카디리극장 앞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 노배우 리암 니슨 3세(85)는 격렬한 어조로 “이것은 영화가 아니라 거대한 게임이다. 배우들을 캐릭터 모델로 전락시키고 인간의 영혼을 울리는 진지한 연기를 사멸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제작자인 조지 루카스 4세(21)는 “게임과 영화를 분리하는 것은 곰팡내 나는 20세기의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분명 영화와 게임은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최근 폭발적 인기를 얻은 소니의 ‘메이킹 무비’게임은 사용자가 배우와 세트를 고르고 시나리오를 입력하면, 곧바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준다. 최근 여학생 사이에서는 이 게임을 이용, 제임스 딘이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20세기 미남 배우들로 포르노 영화를 만드는 것이 대유행이다.

그러나 어젯밤의 사건은 영화와 게임의 만남이 항상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LA의 한 범죄집단이 가정용 ‘엑시스텐즈’시스템을 이용, 일반인에게 실제 살인을 체험하도록 하는 필름을 유통시키다가 적발된 것. 20세기 영화 ‘스트레인지 데이즈’가 예고한 참혹한 사건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명석(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