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림 찾기’
김재홍(41)의 그림에는 이중이미지가 들어있다. 산과 들의 경치속에 또다른 의미를 가진 그림이 숨어있는 것이다.
지난해 개인전 ‘거인의 잠’에서는 이같은 이중이미지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관객들은 별다른 노력없이 작품속에 들어있는 또다른 이미지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산과 들의 풍경을 그릴 때 화면속에 등장하는 바위산은 크게 보면 누워있는 거인의 얼굴을 나타내고 그 바위산 부근의 계곡과 능선은 거인의 팔다리를 표현하는 식이었다. 세부적으로는 나무와 숲이 우거진 풍경화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거인이 누워 잠을 자는 형상이다.
김재홍이 새 작품을 내놓았다. 27일부터 9월12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는 ‘그림속의 숨은 그림’전. 이번 작품들은 강원 영월 동강일대의 풍경을 그렸다. 강물과 주변의 기암괴석들을 담은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전처럼 이중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이중 이미지가 숨어있다. 작가는 “그림을 숨겼다”고 말한다.
어디에 그림이 숨어있을까. 자세히 보면 물속에 그림을 숨겼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그림은 강물과 강물위쪽의 바위 두 부분으로 나뉜다. 이 강물과 강물위쪽을 가르는 부분을 자세히 보면 또다른 이미지가 나타난다.
출품작 ‘누이’를 보자. 정면에서 볼 때는 구분이 안된다. 그러나 화면을 옆으로 놓고 보면 댕기머리를 한 여인의 뒷모습이 나타난다. 이 뒷모습의 절반은 수면위 바위로, 절반은 수면속 바위그림자로 표현됐다. 물위의 바위를 그린 ‘모자상’ 을 옆에서 보면 기도하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실제경치를 약간 수정해 그린 것이다.
그는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생각을 담았다”고 말한다. 인간과 자연의 융화를 나타내려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동안 동학혁명 분단 민주화운동 등을 소재로 창작활동을 해 온 작가였으나 최근 환경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발표했던 이중이미지를 담은 그림 7점을 올해 초 마이애미아트페어에 출품, 좋은 반응을 얻었다. 02―736―4371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