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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설비투자 총력… "64메가D램 후속시장 선점"

입력 | 1999-08-23 18:50:00


세계 반도체업계가 잇달아 설비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는데다 주력제품인 64메가D램의 뒤를 이을 후속 제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불황으로 연이어 라인을 철수했던 지난해와는 대조적인 분위기.

▽한국이 주도하는 설비투자〓상반기 1조3000억원의 기록적인 흑자를 낸 삼성전자는 이달초 기흥 반도체공장 인근 30여만평에 제10라인을 착공했다. 제10라인은 ‘21세기형 반도체’로 불리는 256메가D램을 본격 양산하기 위한 것. 삼성전자는 올 한해 당초 발표보다 30% 이상 늘어난 16억달러를 신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LG반도체를 인수한 현대전자는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4억8000만달러를 투자, 이천과 청주공장의 16메가D램 생산 라인을 64메가D램과 128메가D램 라인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상반기 2조2500억원의 매출에 12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현대전자는 수율을 높이기 위해 설계 디자인 개선 작업을 함께 진행중이다.

전자업계 전문지인 일렉트로닉 바이어스 뉴스(EBN)에 따르면 일본 후지쓰는 최근 당초 발표보다 40% 이상 늘어난 5억8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대만의 TSMC도 당초 계획보다 10% 늘어난 12억8000만달러를 신규 투자할 예정.

▽투자 재개 이유있다〓반도체업계의 설비투자는 96년을 정점으로 수년간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업체마다 97년에 비해 30∼70% 투자를 줄이는 초감량 경영을 단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6월 4.5달러로 최저점을 기록한 64메가D램의 가격은 이달 들어 7.7달러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호황 무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8메가D램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64메가D램과 비트당 가격이 같아지는 ‘비트 크로스(bit cross)’ 현상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온 것도 설비 투자를 서두르게 하는 요인. 비트크로스 현상이 나타나면 시장에서 주력 제품의 세대 교체가 급속도로 진행된다. 기존 라인을 128메가D램 라인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증설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뜻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