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마다 각기 고유의 술이 있고 나라마다 즐겨 마시는 대중주가 있다. 영국하면 위스키, 프랑스는 와인과 코냑, 독일은 맥주, 러시아는 보드카를 떠올리게 된다. 동양권에서는 일본의 청주, 중국의 고량주 등이 각기 그 나라 술을 대표한다. 우리의 대중주는 무엇일까. 10여년전만 하더라도 단연 막걸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소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지난해 주류 출고동향에 따르면 위스키는 500㎖ 기준 1580만병, 맥주는 30억5280만병, 소주(360㎖)는 23억9481만병이 출하됐다. 우리나라 성인 남녀 1인당 위스키는 반병, 맥주는 95병, 소주는 74병꼴을 마신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몰아쳐 국민1인당 술소비량이 전년에 비해 8.8%나 줄어든 상황에서도 소주 소비량은 2.9%가 늘었다. 서민의 애환이 담긴 소주가 국민주 자리를 확실하게 굳혀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세연구원이 대중주인 소주세율을 현재의 35%에서 위스키세율과 같은 100%로 올리고 맥주세율 130%는 그대로 두는 주세율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지난 6월 세계무역기구(WTO)의 판정에 따라 소주와 위스키의 차등세율을 내년초까지 같은 수준으로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부와 업계, 소비자간의 논쟁이 뜨겁다.
▽주세율체계 개편과 관련, 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음주, 특히 독주의 과음으로 인한 경제 사회적 폐해를 막기 위해 위스키세율을 내리기보다는 소주세율을 올리는 것이 사회적 합목적성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사회비용 논리다. 그렇다면 맥주세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세수확보를 위해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딱하게도 한 쪽에는 사회비용논리를, 다른 쪽에는 세수방어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주세율 조정은 이같은 이중잣대가 아닌 주세체계의 불합리와 모순을 바로잡고 새로운 ‘술문화’ 정착이라는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용정 논설위원〉yjeong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