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국방장관 회담을 계기로 군사분야에서도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다짐했지만 안보 현안에 대한 입장과 인식은 여전히 차이가 있다.
미국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미군은 6월 서해 연평해전 당시 위기조치반을 가동하고 증원전력 배치에 나서는 등 공조체제를 과시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신유고연방을 폭격하자 “유엔의 존재를 무시한 패권주의적 행동”이라며 비난했다. 중국 군부는 당 지도부에 주룽지(朱鎔基)총리의 방미 유보를 건의할 정도였다.
유고주재 중국대사관이 폭격당했을 때는 사흘만에 미 국방장관의 방중, 중국 해군함대의 방미, 미 해군함정의 홍콩기항을 불허하는 등 미국과의 군사교류를 전면중지한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마찰은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중인 전역미사일방위체제(TMD)에서 잘 드러난다.
미일 양국은 최근 양해각서를 통해 TMD 설계단계에서만 각각 3600만달러(약 410억원)이내의 재정을 부담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미일의 TMD 공동연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지배하기 위한 의도로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해 온 중국은 ‘미일 신방위지침’의 ‘주변지역’개념에 대만이 포함되고 미일이 TMD구상에 대만을 끌어들이려 하자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은 지형여건 기술수준 재정부담을 이유로 TMD구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계획이지만 미국의 거듭된 요구 때문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중국은 TMD구상에 대한 한국의 자세를 이번 국방장관 회담에서 매우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선뜻 한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리자오싱(李肇星) 주미 중국대사가 19일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막기 위해 중국이 설득을 시도했는지에 대해 “그 나라(북한)의 내부 또는 국내문제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은 오히려 이달 실시된 한미 합동 을지포커스렌즈연습을 염두에 둔 듯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훈련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중 양국의 입장이 쉽게 일치하는 부분은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 중국의 한반도정책이 철저하게 자국의 실리 추구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은 앞으로도 북한문제와 관련해 때로는 한국을 돕고, 때로는 모른 체하는 자세를 병행할 것으로 보여 한중 군사교류가 진정한 협력단계로 발전하는데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베이징〓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