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테마여행/불영계곡]절벽-맑은 물, 동양화 연상

입력 | 1999-08-25 19:34:00


경북 봉화와 울진군,강원 삼척시. 공통점이라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오지가 많은 곳. 그런 울진과 봉화를 잇는 국도 36호선(85년 포장)은 오지의 비경을 고이 간직한 불영계곡을 통과한다.

▼불영계곡

불영천이 흐르는 장장 15㎞의 불영계곡은 계곡이 넓고 깊다. 그 특출한 경승으로 이 계곡은 그 자체가 국가지정문화재(명승6호)다. 때문에 계곡의 상당한 구간은 아예 접근이 금지된다. 그래도 계곡의 물가 2곳에는 야영장이 있고 계곡풍광이 잘 보이는 곳에는 전망대가 있어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영주 현동행 국도36호선은 울진→영덕 국도7호선을 타고 가다가 울진을 지난후 4.5㎞지점에서 연결된다. 불영계곡 입구까지는 여기서 10㎞. 계곡을 향해 달리는 도로변에는 울진특산 조롱수박이며 찰옥수수를 파는 노점형 원두막이 곳곳에 있다. 계곡안에 들어서면 불영천 폭이 점점 좁아진다. 조정지댐에 이르면 주차장을 겸한 휴게소가 나오고 그 아래 계곡물가에 야영장이 있다. 울긋불긋 원색의 텐트로 마을을 이룬 곳이다.

오전 6시 야영장 부근. 도로에서 30여m 아래인 계곡바닥은 피어 오른 물안개로 자욱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그물질하는 사람이 보였다. 계곡가 절벽은 바위에 뿌리를 박은 채 늠름하게 서 있는 적송들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켰다. 또 비바람에 다듬어진 흰빛 화강암 바위들은 수정같이 맑은 계곡 물에 수려함을 자랑했다. 구절양장의 계곡도로를 달려 고개 중간쯤 오르면 왼쪽으로 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 불영사가 보인다. 이곳은 비구니사찰. 여승들의 세심한 손길로 잘 정돈된 경내는 산사의 그윽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소광리 천연소나무

보호림불영사를 지나 계곡 상류에 이르면 ‘소광’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오른쪽 작은 계곡으로 빠지는 지방도917호가 나타난다. 금강소나무 보호구역이 있는 소광1리(서면)로 가는 소광천 계곡길이다. 천연보호림까지 거리는 4.8㎞. 비포장도로지만 승용차가 가기에도 별 문제 없다. 불영계곡에 보다 규모는 작지만 경치만은 그에 못지 않다. 보호림에 들어서 나무를 보니 흔히 보았던 뒤틀어진 소나무가 아니었다. 높게는 수십m씩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미려한 아람드리 장송(長松)들이다. 모두가 우리 고유수종인 금강송이며 인공조림이 아니라 천연으로 자란 것 들. 이 숲에서 가장 나이 많은 500년생 앞에는 안내팻말도 붙어 있다. 200년 이상된 노송을 포함, 이 숲의 소나무는 모두 8만그루나 되는데 모두가 남부지방산림관리청의 따뜻한 보호를 받고 있다. 귀한 천연림을 개방한 것은 도시인들에게 숲의 귀중함을 알리기 위한 것. 숲에 도달하기전 만나는 후곡동마을(12가구)에는 민박집도 있다.마을 입구에 흐드러지게 핀 보라색과 흰색의 도라지꽃이 인상적이다.

〈울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