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막을 내린 국회 법사위의 ‘옷로비의혹사건’ 청문회는 예상대로 진상규명보다는 의혹만 증폭시켰다는 평가를 남겼다.이 사건의 핵심은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가 최회장의 구명을 위해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로비를 했느냐의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형자씨와 연정희씨, 중간 매개역할을 한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 등 주요 증인들이 로비의 실체를 규명할 △옷값 대납요구 △최회장의 수사내용 누설 여부 등에 대해 부인하거나 서로 상반된 진술을 해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또 검찰과 경찰이 배정숙씨의 재판이 계류 중이고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국회 법사위에 사직동팀의 내사자료나 검찰 수사자료의 제출을 거부한 것도 ‘부실 청문회’를 낳은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연정희씨를 감싸기 위해 ‘짜맞추기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 청문회의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검찰은 6월 수사결과 발표 때 연정희씨가 98년 12월26일 라스포사에 가서 호피무늬 코트 등을 입어보았으며 당시 정일순씨가 연씨 모르게 차트렁크에 호피무늬 코트를 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정숙씨와 이형자씨는 물론 연정희씨 마저도 19일에 라스포사에 가서 옷을 입어봤다고 진술해 검찰의 발표내용을 무색케했다.
의혹만 부풀린 이번 청문회는 역설적으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여야가 논의 중인 특별검사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