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였던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1510∼1560)선생의 위패를 모신 전남 장성군 황룡면 필암리의 필암서원(筆巖書院·사적 제242호)이 훼손되고 있다.
필암서원은 그 자체가 사적일 뿐만 아니라 선생의 시집인 ‘하서집’ 판각과 노비보(보물 제587호) 등이 소장돼 있는 중요한 건축물이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26일 현장 확인한 결과 위패를 모신 우동사(祐東祠)와 경장각(敬藏閣)은 기와가 부서졌는가 하면 처마는 단청이 벗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우동사 내삼문 지붕에는 오동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었다.
유생들이 공부하던 청절당(淸節堂)의 들창문(12짝)도 문틀과 맞지 않아 비가 들이쳐도 문을 닫을 수 없는 상태였고 서원의 정문인 확연루(廓然樓) 역시 단청이 벗겨져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서원 안내도’의 경장각 설명문은 영문 철자가 틀렸고 인종이 하사한 그림인 ‘묵죽도’도 ‘목죽도’라고 잘못 표기돼 있었다.
필암서원은 사적인 데다가 장성군 주최로 ‘선비학당 강좌’가 매주 4회나 열리는 주민 학습공간임에도 중앙이나 지방정부로부터 유지 보수관리에 필요한 재정지원이 없다.
선생의 16대손인 김병삼(金炳三·73)씨가 종중 땅 임대수입으로 서원을 홀로 관리하고 있는데 보수유지비로는 어림없다는 것. 김씨는 “장성군청에 관리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선생은 서울의 이이(李珥), 영남의 이황(李滉) 조식(曺植)과 나란히 16세기 호남의 대표적 성리학자로 꼽혀왔다.
〈장성〓조성하기자〉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