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J. K. 로우링 지음/아서 A 레바인출판사▼
지금 미국의 초등학생들은 9월 첫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해리 포터라는 아이가 주인공인 마법사 소설 세번째권이 출간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든 어디든 아이들 책이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10위권에 드는 일은 좀처럼 없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서점 아마존이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는 이 책이 쟁쟁한 어른용책을 제치고 3위권안에 진입하는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첫째권인 ‘마법사의 돌’이 미국에서 출간된 것은 98년9월. 저자는 서른살의 싱글마더. 이 작품이 데뷔작.
‘해리 포터…’는 마법사 이야기답게 황당무계하다. 하지만 서양의 여러 신화들이 섞여있어 낯설지 않고 모험이 빠르게 전개돼 순식간에 읽힌다. 권선징악의 틀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지만 어른들까지 읽게 만드는 이 책의 매력은 등장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고 있지만 이웃 중엔 마법사들이 있으며 그들은 나름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설정은 300쪽이 넘는 이 소설의 흥미를 이끄는 엔진이다.
조실부모하고 이모집에서 자라며 갖은 구박을 받다가 어느날 마법사 학교에서 보낸 입학통지서를 받고서야 자신이 마법사의 종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 해리 포터. 유명한 마법사였던 부모의 후광 때문에 영국 최고의 마법사학교에 입학한다. 보통 사람들의 사회에서 이상한 아이로 천대를 받던 해리가 마법계의 영웅이 되는 건 마땅한 심리적 보상일 것이다.
마법사학교의 기본 과목은 빗자루타기, 변신술, 요술지팡이 사용법, 마법의 약물 제조법, 그리고 마법의 역사 등이다. 해리가 이 마법사학교에서 겪는 모험들은 서양 신화의 백화점을 이룬다.
첫째권만 이미 여섯번을 읽었다는 내 이웃집 소년 루시안은 9월이면 6학년이 되는 독서광이다. 브라운대학에서 중국문학을 가르치다 은퇴한 할아버지가 ‘어른들에게도 권한다’는 뉴욕타임스 서평에 솔깃해서 사서 먼저 읽고는 손자인 루시안에게 주었다고 한다. “빗자루 타는 마법사라니 너무 어린애들 얘기 같지 않니?”하고 묻자 루시안은 “그래도 다른 세상을 생각해보는 건 신나는 일이잖아요”라고 답한다.
이영준(하버드대 동아시아지역학과 대학원 재학·전 민음사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