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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마피아 돈세탁' 美 대선에 '불똥'

입력 | 1999-08-27 22:48:00


미국 뉴욕은행 등을 통한 러시아 마피아 자금 등의 세탁 사건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사건이 처음 불거진 지난주에는 세탁액이 100억달러로 미국 사상 최대 규모라는 것이 주된 초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세탁된 자금의 출처와 세탁에 개입한 사람이 늘어나더니 미국의 대(對) 러시아 정책을 주도해온 앨 고어 부통령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뉴욕은행 등을 통해 세탁된 돈은 수사초기에는 마피아가 마약 무기거래 등을 통해 조성한 자금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러시아에 제공한 구제금융과 미국이 러시아에 무상원조한 곡물의 판매대금까지 세탁돼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 유에스에이투데이지는 27일 미국 등의 수사기관이 뉴욕은행 등을 통해 세탁된 뒤 해외계좌로 빼돌려진 IMF 자금의 규모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또 조지 부시 행정부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 무상으로 제공한 곡물을 러시아정부가 팔아 조성한 대금 중 수천만달러가 러시아 정부의 해외계좌로 흘러들어간 뒤 사라졌다는 사실도 미 수사당국이 확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돈세탁의 주체도 확대됐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스위스은행 계좌에 마피아 자금이 유입됐다는 설이 제기된데 이어 옐친의 둘째딸 타티야나 디아첸코 등 옐친의 핵심측근 12명도 돈세탁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영국과 러시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가 27일 전했다.

사건이 확대되자 미 워싱턴포스트지의 한 칼럼니스트는 25일 그동안 IMF의 자금지원 등 미국의 러시아정책을 주도해 온 고어 부통령이 러시아에 무책임하게 자금을 지원해온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미 하원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청문회를 열어 뉴욕은행의 마피아 자금의 세탁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미 은행들의 돈세탁 방지가 허술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미 정부는 올해 초 금융기관이 의무적으로 출처가 의심스러운 돈의 출처를 파악하도록 하는등 돈세탁 방지를 위한 규제책을 마련하려 했으나 ‘고객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구자룡기자·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