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독립운동의 기수인 사나나 구스마오(52)가 30일 오전 투표를 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유엔프레스센터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이곳에서는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동티모르인들이 투표를 했다.
가택연금중인 구스마오가 10시반경 짙은 녹색 밴을 타고 투표소에 도착하자 줄을 서있던 수백명의 동티모르인들은 ‘사나나’를 연호하며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오전8시부터 구스마오를 기다리던 사진기자들도 당초 설정한 포토라인을 무시한 채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며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다.
유엔직원들은 구스마오가 투표소로 들어갈 때까지 인간사슬을 만들어 동티모르인과 취재진의 접근을 막느라 진땀을 흘렸다. 흰색 셔츠 차림의 구스마오는 온화한 모습이었지만 표정에는 독립을 바라는 염원이 가득했다.
구스마오는 유엔측이 다른 유권자의 출입을 막은 상태에서 혼자 투표를 했다. 투표를 마친 그는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곧바로 인도네시아 관리들과 함께 차를 타고 돌아갔다. 그의 변호사는 “인도네시아 당국과 구스마오의 합의에 따라 기자회견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성명서를 배포했다. 그는 성명서에서 “동티모르의 운명은 오늘 우리가 행사하는 한표에 달려 있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귀중한 한 표를 용기있게 행사하자”고 호소했다. 구스마오는 이어 “더이상 동티모르에서 피와 죽음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폭력을 버리고 진실된 화해의 길을 찾자”고 강조했다.
이날 자카르타에서 투표를 한 1000명 가량의 동티모르인들 가운데 기자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동티모르 독립에 찬성했다”고 당당히 밝혔다.
〈자카르타〓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