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회의원을 1개 선거구당 1명씩 뽑는 소선거구제를 1개 선거구당 2,3명씩 뽑는 중선거구제로 바꾸겠다고 밝힌 뒤 여야간에 선거구제 개편 논란이 뜨겁다. 중선거구제 옹호론자들은 “지역대결 구도를 완화하고 선거비용 절감을 위해 꼭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역감정 완화보다 정당간의 의석 나눠먹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대론도 거세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정치개혁의 중요한 부분이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지역대결 구도 완화와 선거과열 방지, 선거비용 절감에 있다.
소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한 현행 전국구 비례대표제는 지역주의를 부채질한 직접적 요인은 아니지만 지역감정에 따른 투표행위를 첨예화하고 선거과열과 고비용을 초래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소선거구제에서는 1등만 당선된다. 후보들은 당선되기 위해 제각기 지역연고를 내세우고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등 사활을 건 경쟁을 하게 된다. 선거구가 작아 조직표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후보들은 조직을 늘리고 지키는데 은밀히 엄청난 돈을 쓴다.
소선거구제와 결부된 전국구 비례대표제는 각당이 지역안배를 잘 하더라도 당선여부가 취약지역의 각당 득표율과 거의 무관하다. 그래서 전국구 당선자가 지역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구도를 완화하는 효과도 별로 없다.
중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1개 지역구에서 2,3명이 선출되기 때문에 각당 또는 무소속 출마자는 2,3등 안에만 들면 된다. 각 정당이 취약지역에서도 당선자를 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지역분할 구도와 과열선거를 완화할 수 있다.
조직표의 힘이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없어 그 만큼 돈을 덜 쓰게 되는 효과가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당선여부를 지역별 정당득표율과 연계하기 때문에 당선자가 지역대표성을 띠게 되어 정당정치가 강화된다.
유럽은 독일 영국을 제외한 11개국이 중대선거구제에 기초한 정당명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소선구제의 고비용 때문에 중대선구제로 복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중선거구 제도에도 낮은 후보인지도, 득표율 차이로 인한 대표성 차등화, 정당간 의석 나눠먹기 등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단점들은 운영의 묘를 통해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에 당리당략과 개인적 이익이 앞서는 것은 곤란하다.
황태연(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