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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가조작 수사와 시장안정

입력 | 1999-09-02 18:35:00


현대전자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현대측이 작년 4∼11월 사이 계열사 자금 2200억원을 동원해 현대전자 주가를 2배 이상 끌어올렸다며 이를 주도한 혐의로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현대측은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릴 이유가 없었다는 등 혐의내용을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수사가 진행중이라 사건 전모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올 4월의 금융감독원 조사발표 내용과 검찰 수사상황을 종합해 볼 때 현대측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검찰이 밝힌대로 8개월간 단순한 주식매집에 그치지 않고 통정매매 허위주문 등 다양한 시세조종 방법을 썼다면 사기적 수법에 의한 주가조작 혐의가 짙다. 또 현대측은 사들인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 매매차익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이 4000억원대로 추정하는 미실현 평가이익도 부당이득에 해당하며 이를 산정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이 금감원측 설명이다. 몇몇 현대측 관계자들은 시세차익도 챙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을 현대증권 이회장이 전적으로 지휘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도 풀리지 않는다. 증시사상 최대규모의 계열사 자금이 동원되고 최장기간에 걸쳐 상황이 전개됐으며 대주주들의 지분변동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대측은 자신들의 행위가 증시에 널리 퍼진 관행과 관례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드러나는 불법혐의에 눈을 감는다면 증시의 공정거래질서가 더욱더 심각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 악영향은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엄정투명하게 수사돼야 한다. 다만 사건 처리과정에서 현대그룹의 다른 정상적 기업활동까지 발목잡는 결과를 빚거나 정치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여론몰이식으로 사건을 확대 왜곡해서는 안된다. 그러잖아도 불안한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한 고뇌도 필요하다.

현대측은 이번 사건이 시장에 미치는 해악 이전에 자승자박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재벌에 대한 불신을 더 이상 키운다면 정말 설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기업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기업윤리가 바로 세워지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당국은 증시의 불법 편법이 현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같은 현실을 대부분 방치해왔다. 더 나아가 정부 스스로 주가는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관투자가 등을 윽박질러 사실상의 주가조작에 나서기까지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정부의 행태 역시 함께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