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탈출했다 적발돼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난민들은 교화소와 정치범수용소 등에 수감된 뒤 극심한 구타와 고문, 질병과 중노동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목숨까지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97년부터 탈북난민들의 구호활동을 벌여온 단체 ‘좋은 벗들’(이사장 법륜·法輪스님)은 수백여명의 탈북난민들에 대한 면접조사를 통해 탈북 경위와 이들의 북한송환 이후 징벌과정의 참상을 확인, 본보에 이를 공개했다.
◆실상◆
‘좋은 벗들’에 따르면 송환난민들은 먼저 함경북도 회령시와 온성군 등 국경지역 보위부에 넘겨져 3∼7일 가량 취조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부터 온갖 폭언과 구타, 고문을 받기 시작한다는 것.
이 단체 관계자는 “고문으로 다리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지는 상처를 입고도 치료를 못받아 불구가 되거나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난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송환난민들은 또 숨긴 돈을 찾는다는 명목 아래 수사당국으로부터 항문이나 여성의 ‘은밀한 곳’까지 검사받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징벌◆
이같은 보위부 취조가 끝나면 사안의 경중과 연령에 따라 징벌이 가해지는데 △식량을 구하기 위해 탈북한 어린이나 노인 등은 귀가조치시키지만 △16세 이상일 경우 경미한 사안이더라도 노동단련대 교화소 등으로 보내져 수개월씩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또 △상습적 또는 집단적인 탈북자 △유물이나 귀금속 등을 밀반출해 파는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 △중국에서 시집가거나 인신매매됐을 경우 등에는 최고 15년까지 징역형에 처해진다.
◆사례◆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20대 여자는 “북한에 송환된 뒤 감옥에 수용돼 22일 동안 겨가루만 먹다 변비에 걸려 나중엔 이것마저 먹지 못했다”며 “함께 수용됐던 16명중 4명이 숨졌다”고 증언했다.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의 40대 남자는 “물도 제대로 주지 않아 세수는 물론 대소변도 보기 힘들었고 혹독한 구타로 팔다리와 앞니가 부러지는 등 성한 사람이 없었다”며 “함께 수용된 사람들 중 두 사람이 굶거나 얻어맞아 죽었지만 안전원들은 ‘너희들도 이렇게 끝장난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이 단체에 전했다.
‘좋은 벗들’이 촬영한 비디오에는 한 10대 소년이 북한의 한 수용소에서 굵은 쇠줄 등으로 온몸을 두들겨 맞아 살점이 떨어져나간 참혹한 장면도 있었다.
‘좋은 벗들’의 한 관계자는 “송환난민의 수는 최소한 연간 수천명에 이를 것”이라며 “이들중 상당수가 법에 의하지 않고 가혹한 처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