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인가.
최근 터키 대지진으로 인해 4만명 이상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하자 우리나라는 과연 지진으로부터 안전한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년에 19번 가량 지진이 발생하고 있으며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리히터 규모 3.0 이상은 연평균 9번이다.
올해도 1월11일 강원도 속초 북동쪽 해역에서 규모 4.2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비롯, 31건의 지진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지진은 7월17일 충남 논산 부근의 것으로 규모는 2.9.
그러나 이같은 지진은 사람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는 수준에 불과하며 가옥이나 도로가 파괴되고 화재 매몰 등으로 인해 인명이 손상되는 ‘재앙’은 아니다.
서울대 이기화교수(지질학과)는 “지진발생의 유력한 원인인 판구조론에 의하면 터키는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의 경계지점에 있어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았던 지역이지만 한반도는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위치해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판구조론은 지구 표층에 있는 수십㎞ 두께를 가진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북미판 등 10여개의 암석판이 매년 수㎝씩 움직이기 때문에 경계부근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이론.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필리핀은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의 경계에 위치해 우리나라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피해도 많다.
사료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조선시대까지 1965번의 지진이 확인됐고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100여명이 사망하는 피해를 냈다고 한다. 20세기에 들어서는 규모 5.0 이상 피해를 낸 지진이 4번 있었으며 78년 충남 홍성지역의 지진으로 3억원 가량 재산피해를 낸 적이 있다.
몇년전부터 학계 일부에서 경상도 일대에 활성단층이 분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우리나라도 지진의 피해로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7년 6월 경주 부근에서 일어난 규모 4.3의 지진이 양산단층의 영향 때문이었다는 것. 더구나 이 지역은 원전과 포항 울산지역 공업단지를 끼고있어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경우 가공할 만한 피해가 우려된다. 한양대 김소구교수(지구과학)는 서울 부산 평양 등 우리나라 대도시의 지진발생 위험을 지적한다. 인구밀도가 높고 산업시설이 밀집된 이 지역들이 공교롭게도 단층 근처나 단층위에 위치하고, 역사상 지진피해도 있다는 것.
서울 부근은 서기 7년부터 1594년까지 규모 6.0 이상 강진이 6번이나 발생했는데 최근 400년 이상 지진활동이 없어 ‘정지기’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수도권이 다른 지역보다 지진발생 빈도는 적지만 한번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김교수는 지적한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0에서 9까지 지진크기 나타내는 등급
▽리히터 규모〓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등급으로 지진으로 방출되는 에너지양에 의해 결정된다. 1935년 미국의 지진학자 찰스 프랜시스 리히터가 고안했다.
가장 약한 지진은 0, 최고는 9이며 규모가 1 증가할 때마다 10배씩 강해진다. 소수점 한자리까지 표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지진은 3.0 이상이며 5.0을 넘으면 피해가 발생한다. 터키 대지진은 규모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