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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계 장용학씨 작품세계]인간 실존문제 깊게 투사

입력 | 1999-09-03 19:04:00


지난달 31일 향년 78세로 별세한 원로작가 장용학씨는 폐허속의 50년대 문단에서 관념소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한국 지식인소설의 대부’로 꼽힌다.

장씨는 21년 함경북도 부령에서 태어나 일본 와세다대 상과를 중퇴한 뒤 전쟁직전인 50년 단편 ‘지동설’로 ‘문예’지 추천을 받으며 등단했다.

55년 ‘요한시집’ 62년 ‘원형의 전설’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은 전쟁후 소외계층의 척박한 삶을 소재로 삼는 한편 인간의 실존문제를 깊이 투사, 주로 지식인층의 인기를 끌었다.

그가 주로 다루던 소재중 하나는 당시 문학적 소재로 금기시되던 근친상간. 그는 “사회의 터부와 맞부딪치고, 벽을 뛰어넘으려 몸부림 칠때 창작의욕이 일어난다”고 말했었다.그의 소설은 관념적 소재 속에서도 정확하고 엄밀한 용어구사가 강렬한 흡인력을 자아낸다는 평. 오자(誤字)에 대한 공포심이 심해 “오자가 발견되면 독자에게 죄를 짓는 심경이다. 이 때문에 글 쓸 자신을 잃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씨는 62년 ‘원형의 전설’이후 드문드문 작품을 내놓으며 반 절필상태에 들어갔고, 87년 ‘하여가행’ 발표 이후 서울 은평구 갈현동 자택에서 일체의 사회적 활동을 끊은 채 칩거해왔다.

그는 97년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인간 복제에 대한 저항감을 글로 쓰고 싶지만, 과학 문명에 문외한이라 꿈을 이루기 힘들 것”이라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