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5일 동티모르 내 곳곳에서는 독립에 반대하는 민병대의 약탈과 방화가 이어졌다. 딜리 시내는 종일 자동소총 소리가 그치지 않았으며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투표결과를 환영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해 동티모르 치안유지에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독립에 반대하는 민병대원들은 5일 주도 딜리 내 유엔동티모르파견단(UNAMET) 본부건물 인근의 주민 피난처에 발포했다고 미 CNN방송이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
목격자들은 “민병대원 수십명이 자동소총을 쏘아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며 “일부 주민은 울부짖으며 UNAMET 본부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딜리 시내에서 수십명∼100명 이상이 학살됐다고 주장했다.
또 민병대원들이 딜리시내 독립파 주민 밀집지역에 잇따라 방화해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으며 무장한 민병대원들이 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총을 쏘며 시내를 오가고 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민병대원들은 4일 리퀴차 알레우 사메 아이나로 말리아나 등 5개 마을에서 유엔 직원들을 축출했다.
○…독립 찬성파 주민들은 투표승리에도 불구하고 민병대의 난동을 피해 상가에서 철수. 국제적십자사는 주민 2만5000명이 항공기 여객선 화물선 등을 이용해 섬 밖으로 탈출했으며 1만명이 공항인근 경찰서 교회 군부대 등으로 대피했다고 발표.
일부 인권단체는 ‘아이타락’민병대원이 이날 오후3시경 딜리항구에서 승선을 기다리고 있는 군중들에게 무차별 발포해 5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고 주장.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투표결과에 만족을 표시하면서도 “계속되는 폭력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중동을 순방중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동티모르의 관할권이 유엔에 넘겨지기까지는 인도네시아가 치안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강조.
○…민병대가 5일 딜리 남동부 사메와 사트사베 지역에서 각각 독립을 찬성하는 주민 100명과 20명을 살해했다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활동하는 동티모르저항운동국민위원회(CNRT)가 주장.〈자카르타〓강수진기자·딜리·리스본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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