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부채비율 200%를 맞춰야 하는 5대재벌 등 대기업이 유상증자에 주력하면서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을 독식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밀려난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치중, 회사채 발행실적이 1년 전보다 12배나 늘어났다.
▽직접금융시장 활성화〓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8월 기업들이 주식 회사채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직접금융실적은 50조343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2% 늘어났다.
이 중 기업공개 유상증자 등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24조9376억원으로 328.7% 늘어난 반면 회사채 발행을 통해 끌어쓴 돈은 7.5% 줄어든 25조4055억원에 그쳤다.
기업공개는 거래소 및 코스닥시장을 합쳐 작년 4건, 116억원에서 올해는 16건, 1조1201억원으로 급증했다.
유상증자도 지난해 총 89건, 5조8049억원에서 195건, 23조8175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대기업 주식시장 독식〓1∼8월 대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모두 23조3226억원으로 전체의 97.9%를 차지한 반면 중소기업 유상증자 금액은 4949억원에 그쳤다.
특히 현대 대우 삼성 LG SK 등 5대그룹 계열사들의 주식시장 조달자금은 지난해 2조6558억원에서 올해 13조1726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중 대부분은 유상증자를 통한 것으로 지난달 25일 열린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올 7월까지 5대그룹 유상증자 물량은 12조8100억원에 이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5대재벌이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10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실시해야 한다”며 대기업 증시자금 독식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은 회사채〓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실적은 작년 1∼8월 488건, 2012억원에 그쳤으나 올해는 155건, 2조6494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0.7%에서 10.4%로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회사채 발행이 중소기업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 게 현실. 높은 금리(싼 값)에 발행해도 채권시장에서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