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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떠나는 사이버여행]컴퓨터교육은 아이가 원할때

입력 | 1999-09-06 18:34:00


“컴퓨터는 몇 살부터 가르치는 게 좋을까요?”

어머니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내 답은 ‘아이가 원할 때’다.

컴퓨터는 어머니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녀의 머리를 좋게 만들어주는 ‘묘약’도 아니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요술’도 아니다. 또 아이가 스스로 원한다면 나이가 어리거나 공부에 방해된다고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아무리 못하게 막아도 PC방이나 친구집에서 할 것이므로.

▼목적 아닌 수단 불과

따라서 몇 살부터 가르쳐야 하느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통해 우리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할 만한 좋은 내용이 있느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

컴퓨터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자 무엇을 하기 위한 도구다. e메일을 쓸 때는 우체국이나 편지지가 되고 친구와 대화할 때는 전화가 된다. 공부할 때는 참고서나 선생님이 되지만 게임할 때는 그야말로 게임기 밖에 안되는 게 컴퓨터다.

아이가 집에서 컴퓨터를 가지고 얌전히 놀면 “밖에 나가 위험하게 놀지 않아 다행이다”며 좋아하는 어머니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걱정스러운 생각이다. 적어도 8,9세까지는 놀이터 공원 등 밖에서 자연과 친해지고, 놀이와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 협동심을 키우는 것이 백배 낫다.

특히 한글도 모르는 어린애에게 컴퓨터를 사주고 아이가 이것저것 누르면 굉장한 것을 하는 줄 아는 것은 큰 오산이다. 채널을 돌려가며 TV를 본다고 아이의 머리가 좋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신체장애아엔 유익

물론 4,5세 된 아이들도 컴퓨터 사용법을 알려주면 잘 논다. 하지만 이는 컴퓨터를 ‘사용’한다기 보다 그저 ‘갖고 노는 것’에 불과하다. 갖고 놀 것이라면 집짓기나 찰흙놀이, 모래밭에서 뒹굴기 등을 하는게 낫다.

단 자폐아나 신체장애아의 경우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적극 권장하고 싶다. 컴퓨터나 통신을 통해 만나는 친구가 큰 힘이 되고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주혜경·휴먼넷 컨설팅 대표)hkjoo@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