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과 고원이 전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나라 타지키스탄. 1일 수도 두샨베에서 만난 고려인들의 삶은 궁핍하기만 했다.
카자흐스탄의 한 공기업에서 30여년간 일했다는 김아샤(55·여)는 한달에 1.5달러의 연금을 받아 생활한다고 했다. 다른 고려인도 “퇴직연금이 빵값도 안된다”며 “고려인들끼리 가끔 모여 ‘우리 인생은 왜 이런가’라며 한탄하기도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두샨베의 한 고려인 마을을 찾아가 보았다. 한때 고려인 수십 가족이 살았던 이 마을에는 지금 단 두 가족만 살고 있다. 한 가족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하기 위해 집을 내놓은 상태였다.
실제로 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고려인은 1만8000명에서 4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새로 정착할 곳을 찾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지로 떠났기 때문이다.
제2의 유랑생활에 나서는 이유는 갈수록 심해지는 민족차별 때문이라고 현나리샤(38·여)는 설명했다. 일부 타지크인들은 공공연히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다는 것.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은 일제강점기 조국을 떠나 옛 소련의 연해주 등지에서 살다가 30년대 말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됐다. 그러나 이들은 타지키스탄 정부는 물론 한국정부로부터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재외동포법의 보호대상에서도 제외된 그들이다.
“조국은 우리를 잊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직 조국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한 고려인의 집 식탁에는 국내에서 출판된 낡은 러―한사전이 놓여 있었다.
정용관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