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두산(전 OB)의 ‘천적’이었다.
MBC청룡이 LG트윈스로 재창단한 90년 이후 두산은 LG만 만나면 ‘고양이앞의 쥐’처럼힘을못썼다.
프로야구 원년인 82년부터 89년까지는 MBC에 77승5무69패의 우위를 보였지만 90년부터 97년까지 LG에는 단 한번도 시즌 상대전적에서 앞서지 못해 ‘서울 라이벌’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였다.
두산 선수들은 “이상하게 LG하고만 붙으면 경기가 잘 안풀렸다. 계속 지다보니 주눅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른바 ‘징크스’였다.
일부에선 두산의 주축선수가 대부분 고졸출신으로 이뤄져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LG는 야구명문대출신의 엘리트가 많아 ‘라이벌전’에 특히 강점을 보인다는 것.
하지만 두산 프런트도 이제 LG 사람들 앞에서 어깨에 힘을 주게 됐다.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0승1무7패로 팀간 전적에서 앞섰고 올해는 10승5패의 절대 우세.
특히 4일부터 6일까지의 잠실 3경기를 ‘싹쓸이’해 팀 창단후 처음으로 LG를 상대로 3연전을 모두 이기는 감격을 맛봤다.
6일 연속경기에선 최용호와 강병규가 연속 완투를 하며 단 2명의 투수만 갖고 2승을 따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김인식감독은 “이제 실력과 자신감에서 앞서게 됐다. LG는 지난해부터 투수를 키우는 데 소홀해 마운드가 많이 약화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두산은 LG와의 통산전적에서 75승6무98패로 여전히 열세. 하지만 ‘LG의 밥’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