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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해외입양인 『한국생부모 찾고싶다』 56%

입력 | 1999-09-09 19:21:00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들은 조국과 생부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의 대통령령으로 해외입양이 허용된 55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9만8000명)과 유럽 등지로 입양된 한국인은 14만1000여명. 그러나 그들의 의식이나 생활에 대한 부분적인 조사가 이제야 처음으로 이뤄졌다.

미국의 에반 도널드슨 입양연구소는 9일부터 12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 한인1세대 입양인대회’를 계기로 실시한 입양인 설문조사결과를 9일 발표했다.

조사는 이번 대회에 참가신청을 낸 400명의 한인 입양인들에게 우편으로 설문을 보내 응답지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자는 167명이어서 대표성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들의 의식구조나 생활상을 어느 정도 시사해 주고 있다.

응답자의 평균연령은 31세. 70%가 대졸, 24%가 대학원졸업자여서 상대적으로 높은 학력수준을 보였다.

남자 입양인은 절반이 백인, 나머지 절반이 아시아인과 결혼했다. 그러나 여자 입양인은 80%가 백인, 13%가 아시아인, 3%가 흑인, 3%가 히스패닉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응한 입양인들의 인생 체험담은 다양했다.

“입양돼서 오늘까지 살아있는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내 양부모는 인종문제에 대해 개방적이지 못했다. 그들은 종종 내게 인종적 편견을 담은 말을 퍼부었다.” “내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인종차별은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할 뿐이었고 오늘날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

응답자의 70%가 크고 작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어릴 적에는 백인 양부모처럼 자기도 백인이라고 생각했다는 사람이 36%, 자기가 미국인이나 유럽인이라고 생각했다는 사람이 28%였다. 아시아인이나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다는 사람은 14%에 불과했다.

성장과정에서 한국을 알기 위해 한국교민 교회나 한국캠프 입양단체를 찾아다닌 적이 있다는 사람은 72%나 됐다. 이밖에 △한국관련 서적 탐독 △한국친구와의 교제 △한국여행 △한국음식 식사 등을 통해 부단히 한국을 공부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응답이 가장 크게 엇갈린 대목은 생부모를 찾고 싶은지 여부. 22%는 생부모를 찾았거나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생부모를 찾아볼 생각은 있다는 응답자도 34%였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가 15%, 찾을 생각이 없다는 응답자도 34%나 됐다.

생부모를 찾고 싶다는 사람들의 주된 이유는 정(情) 때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 특징 등을 알기 위해(40%) 닮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30%) 입양 사연을 알기 위해(18%)라는 응답이 많았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