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타버리고 난 9월이 되면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아왔나 하는 회의와 이제부터라도 무엇인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든다. 이러한 때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를 읽으며 문학과 사상의 행복한 결혼을 완성한 미셸 드 몽테뉴(1533∼1592)를 탐구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는 ‘전란의 시대’ ‘자연·이성·운명’ ‘정신의 축제’의 3권으로 구성돼 있다. 옮긴이는 번역전문가이자 작가인 김석희씨.
이 세 권을 통해 저자 홋타 요시에는 인간 몽테뉴에 관한 모든 것을 당시 프랑스 왕정사의 세세한 부분과 함께 전한다. 죽음에 대해 초연한 태도를 보여준 몽테뉴는 “철학이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배우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1580년에 수상록 1판이 발행되었지만 몽테뉴의 에세이는 마치 오늘의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몽테뉴는 어느 날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상대로 무료함을 달래다가 문득 생각한다.
‘고양이야말로 나를 상대로 심심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요즈음 거창하게 말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아닐까?
그는 정치에 대해서도 말한다.
“자기가 훌륭하고 깨끗하게 사는 것을 잊어버리고 남을 지도하고 교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자다.”
이 책은 단숨에 읽기보다는 두고두고 읽으며 동감하고, 웃고, 음미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400년전의 몽테뉴의 생각이 지금 나의 생각과 일치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책 읽는 즐거움이 더욱 커진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완역이 되어있지 않아 아쉽지만 이 책과 함께 꼭 읽어야 할 것이 몽테뉴의 ‘수상록’이다. 독서를 ‘제3의 교제’라고 말한 몽테뉴와 함께 이 가을에 그가 던졌던 질문 “내가 무엇을 아는가(Qui sais―je)”를 내 스스로에게 던지며 의미를 찾는다면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계절이 될 것이다.
한정선(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