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회장이 결국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그의 구속을 막으려는 정부일각의 압력과 업계의 로비가 있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검찰도 구속을 망설인 흔적이 있지만 원칙을 지켰다.
검찰측 설명대로 경제적 정의를 실현하고 원칙과 기본을 지키며 법적용의 형평성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질서 파괴행위를 엄벌하는 것은 경제정의뿐만 아니라 시장원리에도 부합한다. 증권사 사장단은 이회장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면서 ‘증시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적’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회장이 주가상승에 큰몫을 한 점은 인정된다 하더라도 초대형 주가조작 혐의가 사실이라면 증시의 건전한 발전을 결정적으로 해쳤다고 봐야 한다.
현대측과 증권가 일각에서는 ‘주가조작과 주가관리의 경계가 애매하다’ ‘다수의 다른 재벌그룹도 그 정도의 주가관리는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가조작과 주가관리는 다르다. 그리고 모든 재벌의 주식운용 방식이 현대의 이번 경우와 똑같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설혹 여타 재벌들의 행태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오히려 선진국들처럼 더 가혹한 일벌백계(一罰百戒)가 필요하다. 거의 일반화된 관행이라고 해서 드러난 불법행위까지 묵인한다면 시장의 공정거래질서와 신뢰는 더욱 심하게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재계 및 증권업계는 이회장 구속으로 이번 사건이 일단락됐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넓은 불법관행을 보다 단호하게 제거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 증시의 건전화 선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부자거래와 주가조작 등 불공정 주식거래행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적발된 것만도 96년 22건, 97년 36건, 작년 46건에 이어 올해는 8월까지만 32건에 이른다.
우선 관계당국은 누구도 주가조작을 주가관리라고 둘러대지 못하도록 관련 법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에 앞서 정부 스스로 ‘주가관리의 정치논리’에 빠져 자의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시장참여자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부채질해온 잘못을 시정해야 한다. 특히 시장 감시감독의 엄정성 형평성 신속성을 높여야 한다. 이번 사건만 하더라도 주가조작이 작년 4∼11월의 장기간에 걸쳐 자행된데는 금융감독원의 방조 책임이 크다.
재계와 관련업계는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자기개혁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정부와 일반국민도 기업의욕을 북돋우려고 힘써야겠지만 기업들이 불법을 저지르면서 ‘주가조작 수사 등이 기업의욕을 꺾는다’고 주장한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