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그림이라도 카페에 걸려 있으면 부담없이 여기고 갤러리에 걸려 있으면 심각하게 봅니다. 미술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탓이죠.”
어려운 미술을 쉽게 전해주려는 여자, 미술 전문 MC 한젬마(29). 케이블채널 예술영화TV ‘아트 마트’와 EBS TV ‘청소년 미술감상’ 진행자인 그가 미술에세이집 ‘그림 읽어주는 여자’(명진출판)를 냈다.
미술지식에 미술프로 진행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펴낸 그림 안내서. 한국과 서양의 현대화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감상과 관련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썼다.
그의 안내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림과 대화하고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려 한다. 더러는 실용적인 이야기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 눈에 들어오는 그림, 둘만의 공간에 걸고 싶은 그림, 거실에 걸어 두고픈 그림, 대형 할인매장에 알맞는 그림, 신혼집에 선물하고 싶은 그림….
그는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다. 수차례의 전시회도 가졌다. 그런 그가 3년전 미술프로 MC를 맡는다고 하자 주변에서 걱정스런 눈길을 보냈다. 외도를 하는군, 그림을 포기하려는 걸까. 그도 같은 걱정을 했다.
“방송을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때까지의 제 미술이 이기적이란 걸 깨달았으니까요. 미술은 미술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그림 그리는 데도 도움이 됐구요.”
미완성 같은, 어딘가 비어있는 그림을 좋아한다는 한씨. 상상력을 통해 그 빈 곳의 의미를 채워나가는 매력이 여간 아니라고 한다. 이 책도 그렇게 읽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