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곧 유혹이다. ‘불같은 화살이 그대 핏줄을 타고 지나는 것 같은’ 당황과 흥분을 맛보게 해준다.
이 책은 사회와 개인을 연결시켜준다. 깨어있는 의식의 세계와 어둡지만 실존하는 무의식의 세계 사이에 통로를 만듦으로써 어른에게 꿈과 신화와 동화를 되돌려준다.
읽다보면 출생 결혼 취임 장례 등의 상징적 통과의례를 통해 개인의 삶이 어떻게 표준적이고 비개인적인 형식으로 바뀌어 가는지를 알게 된다.
의식의 세계에서 우리는 21세기를 앞둔 한국인이며 두 아이를 가진 남자이며 한달에 200만원쯤 받는 월급쟁이다. 혹은 혼자 가게를 차린 30대 후반의 여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우리는 주역이 아닌 미천한 조역의 역할을 맡더라도 자기 역할이 곧 삶의 본질이라는 것을 절망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러나 다른 길도 있다. 사회적 패러다임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분리와 단절은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다. 이 길은 자기의 내부에서 탐색되고 발견된다.
태어난 나라 나이 성별 직업의 차이는 인간의 본질이 아니며 어느 단계에서 우리가 잠시 입고 있는 우연한 옷에 불과하다.
개인은 성찰을 통해 자신이 바깥에 걸친 옷으로부터 관심을 돌려 스스로를 존재의 핵으로 몰아갈 수 있다. 사회적 관계의 끈을 끊음으로써 자신을 나르시시즘에 빠뜨리기도 하고 보리수 아래 부처의 명상으로 접근하도록 손을 잡아 이끌 수도 있다.
깨달음은 거울 속에 비추어 볼 수 있는 육체를 넘어 우리 안에 내재하는 우주와 맞닥뜨리게 한다. 결국 세상의 중심에 나 자신을 세우게 한다. 놀랄만한 힘을 가진 영웅은 이렇게 만들어지며 우리들 개인이 바로 그 영웅이다.
이 책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읽으면 좋다. 현실적 조건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읽으면 힘이 난다.
역경과 드라마가 없는 인생은 없다. 무의식의 어두움 속에 도사린 일견 추하고 인정받지 못한 역동적 힘이 필요할 때, 조셉 캠벨은 능숙한 주술사가 되어 당신을 이끈다.
키스는 마법에 걸린 개구리를 왕자로 변하게 한다. 키스는 부드러움이다. 부드러운 힘이다. 자신에게 마음을 다해 키스하라.
구본형(변화경영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