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의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수사기관이 임의로 PC통신의 외국인정보를 대거 요청한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 미국계 기업 임원은 “미국에서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법을 적용할 때도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이러한 수사기관의 권한남용은 경찰국가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국제사회에서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계 기업의 M부사장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개인정보 유출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10여년간 한국에서 생활한 그는 “특히 국민의 정부라는 현 정권에서 이같은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는데 대해 실망했다”고 꼬집었다.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와 PC통신 검열 사실이 보도된 뒤 정부의 인권 침해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 네티즌은 “무분별한 휴대전화 정보제공 요청에 이어 E메일까지 검열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PC통신 하이텔의 한 회원은 “도청 공포증에 걸린 우리나라 국민은 이제 E메일 공포증마저 걸릴 지경”이라며 “우리는 영화 ‘트루먼쇼’에 나오는 그런 세상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는 다음달로 다가온 국정감사를 앞두고 1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관련 자료를 잇따라 요구해 다른 업무는 거의 손을 놓고 자료 작성과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이 훈·금동근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