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년동안 새마을호 열차의 부품 유용건수가 900여건이나 돼 열차의 운행정지와 탈선사고 등 대형사고의 우려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10일 황모씨 등 전직 철도청 직원들이 제기한 민원에 따라 감사원이 최근 실시한 철도청의 차량점검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입수, 이같이 밝혔다.
★문제점
새마을호 열차의 점검과 수리를 주로 담당하는 서울동차사무소에서의 지난해 1년동안 차량부품 유용건수는 900여건에 이른다. 부품 유용이란 운행 하지 않는 열차나 폐차의 부품을 운행차량에 갈아끼우는 것. 이럴 경우 운행중 고장이 잦고 탈선사고까지 유발할 수 있어 ‘차량부품 유용’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특히 철도청은 차량 운행에 필수적인 변속장치나 제동장치의 핵심부품인 변속기정지모듈(TSM) 공회전방지장치(WSM) 조압기 등까지 유용, 교체해 온 것으로 밝혀져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말이후 올해 8월까지 열차바퀴가 과열돼 불이 붙는 ‘축상 발열’사고가 17차례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상발열은 기차 바퀴를 구성하는 차축 베어링에 기름막이 형성되지 않는 등의 결함 때문에 차축이 과열되는 현상으로 심한 경우 차축이 비틀리거나 부러져 탈선 등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정상적인 경우에도 1년에 한두번 정도 생기는 비상상황이다.
★실태
보수품 유용은 소모품과 예비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열차를 운행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 철도청 검수원들의 증언. 이 경우 부품의 수명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부품이 각 열차의 기계적 환경에 길들여지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감사자료에 따르면 전자제어 방식으로 운행되는 새마을호 열차의 변속제어장치 핵심부품인 TSM은 지난해 12월14일부터 8일동안 모두 5차례나 이 차에서 저 차로 번갈아 교체됐다. 12월14일 운행하지 않는 146호차에서 빼 온 TSM을 125호차에 끼워넣고 146호차엔 다시 158호차의 TSM을 끼워넣는 식이었다.
전직 철도청 검수원 윤윤권(尹潤權·35)씨는 “검수원들끼리 ‘열차가 굴러가는 게 용하다’며 한숨을 내쉰 적이 많다”며 “그러나 이 문제를 여러차례 제기해도 전혀 시정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청은 외국산 부품 등의 조달상 어려움 때문에 부품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노조측은 ‘주먹구구식 예산운용’과 조달체계의 미비를 이유로 들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예산유용 등 의혹도 제기한다.
★감사 배경
이번 감사는 황하일(黃夏日·35)씨 등 전직 철도청 직원 5명이 청와대에 진정해 이뤄진 것. 감사관들은 검수원들과 함께 지난달 9일부터 8일동안 서울동차사무소 등에서 실태조사를 벌였다.
한편 철도청은 지난해말 축상발열 문제의 실태를 시민단체와 언론에 제보한 황씨 등에 대해 올해 4월 위계질서 문란과 명령 불복종 등을 명목으로 파면 감봉 전출 등 중징계했다.
이에 대해 이들은 9일 “철도청의 조치는 공익 제보에 대한 보복성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행정법원에 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