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선단식 경영과 계열사간 출자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2001년부터 부활키로 함에 따라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로 낮춰야 하는 재벌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5대 기업의 경우 그동안 증시호황에 힘입어 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조정해 왔지만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로 계열사를 통한 증자 물량 소화가 어려워졌기 때문.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반기까지 10조원대를 넘는 증자를 통해 부채를 해결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계열사의 지분을 대거 매각해야 하는 상황.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로 일부 재벌은 부채비율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편법지원 고리 끊겠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은 엎친데 덮친격”〓출자총액비율은 대기업이 계열사간에 출자한 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 재벌이 신규사업에 진출할 때 자본금의 상당부분을 계열사 출자로 충당했기 때문에 4월 현재 30대 기업의 출자총액비율은 31%에 달하고 있다. 5대 재벌은 무려 42%. 1년의 유예기간을 감안하더라도 2002년 3월까지 이 비율을 정부안(25%)대로 축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로 내년부터 대기업들이 대규모 지분매각을 시도할 경우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하지 않을 경우 재벌의 선단식경영의 폐해를 없앨 수 없고 부실 계열사에 대한 편법 지원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외자유치로 해결해야▼
▽연내 부채비율 200% 달성 어렵다〓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이내로 끌어내려야 하는 5대 기업은 정부의 이번 방침으로 두가지 난제(難題)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은 경기호전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빚을 갚아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증자나 외자유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 그러나 증시가 조정국면에 접어든데다 출자제한 조치까지 겹쳐 부채비율이 각각 588%와 340%에 달하는 대우와 현대의 경우에는 연내에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끌어내리기 어렵게 됐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부채비율이 높은 한 대기업 구조조정본부 임원은 “빅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부채가 늘어났는데 출자총액까지 제한하겠다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5대 기업이 부채비율을 연내 목표치 이내로 맞추기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시행을 2004년 이후로 미루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부에 시한연장을 건의키로 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