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최대의 쇼핑몰인 이튼백화점 지하주차장 입구.
갑자기 ‘삐∼’하는 요란한 경보음에 놀라 돌아보니 입구 앞에 도착한 흰색 승합차의 뒤쪽에 설치된 전동리프트가 ‘윙∼’하는 소리와 함께 작동하며 한 장애인이 탄 휠체어를 사뿐히 땅에 내려놓았다.
◆외출때 전화 도움요청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존 멕케이(34)가 주말을 맞아 쇼핑을 나온 것. 맥케이는 “장애인 전용교통수단인 ‘핸디다트’ 덕분에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캐나다 정부가 민간업체와 손잡고 5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핸디다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일종의 보조 교통수단. 시 교통국에 미리 이용 신청을 한 뒤 필요시 전화를 하면 휠체어리프트를 장착한 핸디다트가 달려와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도어 투 도어’ 서비스를 한다.
요금은 일반버스와 마찬가지로 2달러50센트(캐나다 달러·약 2000원). 밴쿠버에서는 현재 300대의 핸디다트가 하루 2만여명에 달하는 장애인들의 ‘발’이 돼주고 있다.
캐나다의 모든 도시에서는 비단 특수차량이 아니더라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이동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
◆리프트장착車 달려와
턱 높은 계단 대신 휠체어 유도발판을 갖춘 ‘로우 플로우 버스’가 그 비결. 이 버스는 지면에서 탑승구까지의 높이가 일반 버스의 절반 수준인 20㎝에 불과하다.장애인이 탑승시 운전자가 핸들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경고음과 함께 휠체어 유도발판이 지면에 닿게 밀려나온다.
밴쿠버 교통국 톰 양(54)시설국장은 “현재 전체 노선의 59%를 운행하고 있는 1000여대의 로우 플로우 버스를 내년까지 전 노선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버스절반 휠체어用 시설
이밖에 5년 전부터 밴쿠버시가 택시회사와 계약을 맺고 운영중인 ‘택시 세이버 프로그램’도 눈길을 끄는 부분.
핸디다트나 로우 플로우 버스의 이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해당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면 휠체어 탑재장치를 갖춘 특수승합차가 즉시 달려온다. 요금은 일반 택시와 마찬가지이고 기본요금은 2달러10센트(캐나다 달러·약 1680원)이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이같은 보조 교통수단 외에도 각종 도로나 건물 등의 편의시설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공공건물에 전용출입로
밴쿠버의 경우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의 일종인 ‘스카이 트레인’(지상철)과 ‘해상버스’(내륙과 섬을 연결하는 해상버스)를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정거장마다 계단을 없애고 전용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또 각 도시의 기차역마다 대합실에서 승강장으로 연결되는 장애인 전용엘리베이터에 안전요원들이 항상 휠체어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
캐나다는 정부청사나 역 박물관 은행 등 모든 공공건물을 신축할 때 반드시 장애인을 위한 전용출입로와 출입구에 자동개폐장치를 갖추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이밖에 시내도로의 모든 교차로나 횡단보도에 도로턱을 없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했다.
〈밴쿠버〓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