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의 카피라이터 문인향대리(26)에게는 ‘틈’이 많다.
표정이나 말투나 똑부러지는 맛이 없고 그의 말마따나 ‘어리버리한’ 스타일이다. 남들 다 튀는 세상에 ‘거꾸로 튀는’ 셈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 ‘틈’이 그에겐 비장의 무기라니!
“적당한 틈은 여유로워 보이잖아요. 남들이 얘기를 쉽게 걸고 편하게 생각한다는 건 좋은 거죠.”
그는 휴대전화 ‘애니콜’ 광고를 2년여 맡으면서도 아직 휴대전화가 없다. 그만이 누릴 수 있는 생활의 틈을 뺏기기 싫어서다.
지난 여름휴가도 틈의 연속이었다. 난생 첫 해외여행인데도 철저한 준비는 커녕 여행책자도 없이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첫째날 몽마르뜨 언덕, 둘째날 개선문, 셋째날 에펠탑,…’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정’만을 적어든 채. 그리곤 첫날 지갑을 소매치기당했다.
슈퍼마켓에서 산 빵으로 세 끼를 때우며 신발 밑창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내처 걷기를 일주일. 그런 그에게 여행 마지막날 거리에서 한 스위스 할머니가 말을 건넸다. 그에겐 누구나 늘 그러듯. 그리곤 그를 파리의 1급 레스토랑과 유명한 카페, 아름다운 정원으로 하루종일 데리고 다녔다. 내년 여름엔 스위스로 놀러오라고 하면서.
“틈을 갖고 살면 결국 그 틈을 채워주는 게 뭔가 있더라구요. 그건 사람이었어요.”
그는 그의 이름자 ‘인향(仁香)’이 사실 ‘인향(人香)’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빈틈 없이 또렷해 보이기보다는 “적당히 ‘사람냄새’ 풍기며 사는 게 팔자려니”하면서.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