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따라 드라마의 ‘팔자’도 달라질까?
KBS가 10월 개편부터 ‘사람의 집’ 후속으로 방영하는 일일극의 제목은 ‘달 뜨고 해 뜨고’ (월∼금 밤8·30). KBS의 한 간부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눈에 띠는 ‘문패’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드라마 제목처럼 시청률이 ‘뜨고 또 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드라마의 제목은 지난해 일일극 경쟁에서 KBS를 앞선 MBC ‘보고 또 보고’와 닮았다.
13일 첫회가 방영되는 MBC의 16부작 미니시리즈는 ‘여인의 야망’은 옷로비의혹사건 이후 ‘여인과 야망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희’로 바뀌었다. 같은 날 시작되는 SBS ‘맛을 보여 드립니다’는 작가 서영명씨가 작명한 것이 그대로 채택됐다.
드라마의 ‘신장개업’ 시즌이 다가오면 방송가는 ‘작명소’가 된다. 방송사 사장이 직접 드라마의 이름짓기에 나서기도 한다. KBS ‘바람은 불어도’ (97년)는 대본까지 챙길 정도로 일일극에 관심이 많던 홍두표 전사장의 작품. 이득렬 전 MBC사장도 ‘화산가는 길’의 제목을 ‘대왕의 길’(97년)로 바꾸기도 했다.
시청률이 좋으면 드라마 제목을 둘러싼 시비는 자연스럽게 가라앉지만 반대의 경우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MBC ‘질투’나 ‘사랑과 야망’처럼 명사형의 짧은 제목들이 많았다. 90년대 들어 MBC ‘눈물이 보일까봐’, SBS ‘당신은 누구시길래’ 등 서술형의 긴 이름이나 SBS ‘퀸’ 등 영어를 딴 작명이 인기를 얻고 있다.
MBC 이재갑 책임프로듀서는 “연출자에 따라 제목의 글자 수가 홀수여야 한다거나 몇 자 이상은 싫다는 징크스를 가진 PD들도 있다”면서 “최근에는 일일극과 주말극 등 주요 드라마의 제목은 인터넷을 통한 공개투표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