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형오(金炯旿·한나라당·부산 영도)의원이 도청의 역사와 실태를 파헤친 저서 ‘엿듣는 사람들’(도서출판 그린)을 내 화제.
“지난해 국정감사 때 도청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해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은 바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헤치고 건설적인 대안제시를 위해 10개월간 국내외 자료를 뒤지고 관련자들의 증언을 청취해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제시한 우리나라의 도청 실태는 정말 심각하다.
지난해 수사기관에 의한 합법적 감청건수는 총 6638건. 이는 감청허가서가 발부된 ‘건수’를 말하는 것이어서 실제 감청횟수와 대상인물은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97년 총 감청건수가 1186건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연인원 21만명이 나누는 대화 227만여건을 녹취했습니다. 이를 우리에게 적용해 보면 감청건수에서 6배, 감청기간에서 3배(미국은 1개월, 우리는 3개월) 등 총 18배가 많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미국의 인구가 우리보다 6배 이상 많고 전화대수는 그 이상이므로 사실상 연인원 360만명이 4000만건의 대화를 도청당한 셈입니다.”
그는 “도청이야말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반민주적 행태이므로 하루빨리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