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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베를린회담 타결]한반도 평화정착 '첫걸음'

입력 | 1999-09-13 00:27:00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 방북(5월)→베이징(北京)북―미고위급회담(6월)→제네바회담(8월)→베를린회담(9월)’

한반도의 정세변화의 전기가 될 북―미고위급회담의 타결은 이같은 오랜 여정을 거쳐 어렵사리 성사됐다. 이는 또 올 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북한 미사일 위기의 해결을 알리는 서곡으로 볼 수 있다.

★미사일위기 해결 서곡

하지만 북―미 회담 타결후 나온 공동언론발표문은 ‘암호해독’을 하듯 행간을 매우 세심하게 읽어야만 어렴풋이 의미를 판독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돼있다.

이는 미사일 문제를 ‘주권에 관한 사항’이라고 천명해온 북한의 자존심을 고려한 것으로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였다.

하지만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12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말한 것이나 베를린 회담의 북한측 대표인 김계관(金桂寬)외무성부상이 11일 “회담에 일부 진전이 있었고 만족스럽다”고 말한 점을 미루어 보면 회담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추상적인 언론발표문

이는 언론발표문의 행간에서도 확인된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이 ‘동북아와 아태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긍정적인 환경조성을 위해 각각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곧 지금까지 동북아와 아태지역의 핵심적인 불안정요인으로 작용해온 북한 미사일 문제가 원만히 타결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반대급부로 북한이 요구해온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적 조치,즉 ‘적성국리스트’의 해제 등이 긍정적으로 검토됐음을 의미한다.

또 이같은 문구의 단서로서 삽입된 ‘잠정조치로서’의 의미는 북한의 미사일을 영구적으로 중단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잠정적으로 유보하겠다는 한시적 뜻으로 해석된다.

‘상대측 관심사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갖게 됐다’는 대목도 북한 미사일문제나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등을 포함한 양측의 관심사가 포괄적으로 논의됐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포괄적 협상 시작할듯

‘이러한 관심사를 다루기 위한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대목은 북한 미사일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북―미 미사일협정의 재개나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5월 북한을 방문해 제시했던 한반도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협상의 필요성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합의문은 ‘북한 미사일 발사를 잠정적으로 유보하고 한반도의 현안을 대화로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총체적으로 담으면서도 북한의 입장을 고려,모호한 표현으로 처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로 한미일 3국이 제시한 포괄적 접근구상에 대한 본격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오클랜드〓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