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재벌그룹 총수의 개인지분은 줄어든 반면 그룹계열사간 지분은 크게 늘어났다.
이는 재벌총수의 지분감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지분을 통한 그룹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13일 증권거래소가 IMF체제 직후인 작년 1월 이후 올 8월31일까지 10대그룹(91개 상장사) 내부지분 변동추이를 조사한 결과, 총수 지분은 3.22%에서 2.82%로 감소하고 계열사(재단법인 포함) 지분은 19.95%에서 28.73%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수개인과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계열사 등을 포함한 내부지분도 27.23%에서 34.60%로 7.4%포인트 늘어났다.
계열사 지분이 크게 증가한 것은 각 그룹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에 대규모 물량을 직접배정하거나 실권주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계열사에 인수토록했기 때문.
총수들도 증자에 참여하면서 보유주식수가 8615만주에서 1억5519만주로 IMF직전보다 80.1% 증가했으나 5억3337만주에서 10억4625만주로 196% 늘어난 계열사 지분에 비해 증가율이 낮아 총수지분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총수 및 특수관계인, 계열사 등이 보유한 내부지분은 롯데그룹이 56.1%로 가장 높았으며 △SK 49.4% △현대 43.1% △한진 37.5% 등이 그뒤를 이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내부지분이 21.2%로 가장 낮았다.
총수 개인지분이 가장 높은 그룹은 쌍용으로 6.5%였으며 이어 △대우 5.2% △SK 3.9% △한진 3.6% △한화 3.4% 등의 순이었으며 LG그룹이 0.2%로 가장 낮았다.
계열사별로 회장지분이 가장 높은 회사는 쌍용자동차(25%)였으며 △SKC 24.8% △롯데제과 19.2% △롯데칠성음료 17.4% △현대상선 16.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룹총수가 단 1주도 보유하지 않으면서 계열사를 통해 지배하는 회사는 현대증권 현대반도체 ㈜대우 삼성중공업 SK텔레콤 LG상사 등 40개사로 전체 10대그룹 상장계열사의 44%에 달했다.
증권거래소는 “IMF 이후 실시된 재벌그룹들의 유상증자는 재무구조 개선과 내부지분을 통한 재벌총수의 계열사 지배력 강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