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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탈출』 대우직원 퇴사 잇따라

입력 | 1999-09-13 18:02:00


대우그룹 계열사 C부장(45)은 최근 퇴사여부를 심각히 고민 중이다.

회사가 조만간 해외에 매각될 예정이어서 어차피 정년을 채우기는 힘들어졌기 때문. 때마침 지난해 벤처사업에 뛰어든 동문 후배로부터 동업 제의가 들어와 C부장은 요즘 자신의 거취를 두고 밤잠까지 설치고 있다.

‘나만 살자고 회사를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세월만 보내면 때를 놓칠 것만 같고….’하지만 회사가 매각된 뒤 불어닥칠 구조조정 바람을 우려한 C부장은 다음주 중 사표를 던지고 퇴직금으로 후배회사에 투자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좌초하는 대우호(大宇號)…. 난파선(難破船)을 탈출하라.’

◇ 매각대상 계열사 '술렁'

대우그룹이 사실상 해체의 길을 걸으면서 매각대상에 오른 계열사 직원들에게 퇴직바람이 불고 있다.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퇴직금으로 새 사업을 시작하거나 다른 직장으로 전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

회사가 국내외 다른 회사에 매각되면 간부사원들은 자리를 보전하기가 어려워 질 뿐만 아니라 뒤늦게 퇴직하면 퇴직금 문제도 원만히 처리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우 계열사 부장으로 재직하다 퇴직해 최근 금융정보제공 사업에 뛰어든 J씨. 그는 “대우사태가 본격화한 뒤부터 함께 사업을 하자는 전화가 여기 저기서 걸려 왔다”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회사를 외면하고 뛰쳐나오자니 마음이 아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젊은 평사원들 사이에서도 퇴직이후를 대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우맨’으로서의 자부심을 상실했거나 주위의 권유로 새삶을 찾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기회에 보다 유망한 업종에서 일해보려는 ‘전직 지원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

◇ 유학-창업컨설팅社 발길

일부 직원들은 MBA(경영학석사)과정 이수를 위해 해외유학을 준비 중이며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헤드헌트 업체나 외국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직원들도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일대 유명 어학원의 야간시간대에는 영어회화와 GRE 등을 수강하는 대우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어학원 관계자들은 전한다. 일부 계열사 직원들은 3, 4명이 팀을 만들어 유학정보를 교환하거나 창업아이템 발굴을 위해 창업컨설팅 회사를 찾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대우 구조조정본부의 한 임원은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져 있지만 매각과정에서 고용승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며 “직원들이 회사 회생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