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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한, 이젠 남한과 대화해야

입력 | 1999-09-13 18:33:00


북한과 미국의 베를린 고위급회담이 타결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궁극적 목표란 한반도의 남북 대치상태를 풀어주는 데 있음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북―미가 마주앉은 회담이 진행되면서 이것을 잠시라도 잊어버리면 안될 일이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경제제재 완화조치를 실행해야만 미사일 전문가회담에 응한다는 입장이다. 미사일 재발사 보류를 이번 발표문에 명시하지 않은 것도 미국이 이행하는 조치를 북한측이 보아가며 협상하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것만 보아도 대북협상이 앞으로 첩첩산중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기대를 걸고 있는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 조정관의 포괄적 권고안에 대해 북한은 이번 고위급회담이나 앞으로 열릴 미사일회담과 별도로 취급하려 한다는 소식이다. 페리 권고안 협상으로 가기 전에 미사일 카드 하나로 한미일(韓美日)의 보상을 다 받아내겠다는 의도다.

미사일회담이나 페리 권고안 협상은 미국의 정책에 입각한 것이어서 남북 직접대화를 소홀히 다루는 측면이 있다. 다행히 북한에 대한 미국의 포괄 권고안은 ‘한반도 냉전종식을 위한 상호 위협감소’를 목표로 잡은 것 같다. 이것은 결국 북한이 대량살상 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한국이 대북 군사적 억지력을 완화하는 형태로 실천될 수밖에 없다. 94년 북―미 제네바핵합의 당시 한미연합 팀스피리트 훈련이 없어졌듯이 북한은 이번에도 군사훈련 폐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북 억지력이 미국과의 연합군사력으로 구성돼 있지만 한반도 안보상황의 직접 당사자는 한국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미국과 합의함으로써 한국의 대북 억지력을 이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남북당국간 회담에 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은 뻔한 이치다. 한미일 공조의 핵심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한국이 주역임을 재확인하는 데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 점을 굳건히 지켜주기 바라며 우리 정부로서는 당당하게 발언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얻어내려는 주된 것은 경제적 이익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줄 선물은 제재조치 해제 외에 별 것이 없다. 적성국교역법 대상에서 풀려난다 해도 북한이 미국시장에서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기엔 북한의 구매력이 너무 약하다. 북한이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도 앞으로 북―미 합의가 제대로 실천되고 경제가 회생되기를 원한다면 북한은 남북당국간 회담에 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