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곧 현지에 배치되기 시작할 평화유지군에는 최종적으로 15∼20개국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동티모르 평화유지군의 앞날은 험난할 것 같다. 인도네시아 군부 동향과 동티모르 현지사정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군부의 비협조 가능성〓B J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2일 인도네시아군이 동티모르 현지에서 평화유지군과 협력해 공동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력’과 ‘공동작전’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인도네시아 군부는 동티모르 독립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13일 “인도네시아가 평화유지군 구성문제에 대해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군부가 이런저런 핑계로 평화유지군 배치를 지연시킬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인권단체는 평화유지군이 파견돼도 현지 인도네시아군이 독립반대파인 민병대를 적대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주둔군은 민병대의 주민학살을 조장하거나 직접 가담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병대의 저항〓평화유지군은 먼저 민병대를 무장해제시켜야 한다. 그러나민병대는 1만5000명이고 평화유지군은 7000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민병대는 전범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민병대는 평화유지군에 저항할 공산이 크다.
하비비대통령이 평화유지군 수용방침을 발표하기 한나절 전인 12일 오전에도 동티모르에서 민병대와 인도네시아군이 다레 지방에 피신한 비무장 난민 3만여명을 무차별 공격했다. 독립반대파인 마테우스 하이아 딜리 시장은 “만약 외국군대가 진주하면 우리는 저항할 것이고 그들을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반(反)외세 민족주의 대두〓최근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일고 있는 민족주의와 반(反)호주, 반미 시위도 낯선 땅에서 활동하는 평화유지군을 정서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동티모르 독립반대세력은 유엔이 동티모르 주민투표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적잖은 인도네시아인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정치권에도 반외세 움직임이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