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유엔 평화유지군의 동티모르 파견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나 정작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3일 “미국은 평화유지군에 제한적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미군의 임무를 △각국 병력 수송 △정보 및 통신 관련 시설 제공 등 보조적인 역할로 한정했다.
분석가들은 미국이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더라도 조종사 통신병 등 600명 정도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13일 전했다.
미국이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동티모르가 미국과 이해관계가 적기 때문. 이는 미국 관리들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군대 파견에서는 미국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동티모르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걸려 있는 곳이 아니다.”(헨리 셸턴 합참의장)
이에 따라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미국은 유럽에 비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을 소홀히 여기는 태도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파병동의안을 쉽게 통과시키지 않으리라는 점도 클린턴행정부가 파병을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공화당의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는 12일 “미국의 역할은 수송 등에 국한돼야 할 것”이라며 “만약 지상군이 관련된다면 의회는 비용문제 등 많은 의문을 정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피트 도메니치 의원도 “미국이 전세계에 군사를 보낼 수 없지 않느냐”며 파병 반대의사를 밝혔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