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사태 처리를 둘러싸고 B J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군부 쿠데타설’과 ‘하비비 하야설’에 이어 집권당 대통령 후보자격 박탈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집권 골카르당은 13일 하비비대통령의 대선후보 지명을 철회할 지 여부를 협의했다고 현지신문 포스트 코타가 12일 전했다. 곧 결론이 날 사안은 아니지만 후보자격 문제가 거론됐다는 점에서 하비비로서는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하비비의 위상이 이처럼 추락한 것은 동티모르 문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국정현안을 처리하는데 미숙함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13일 분석했다. 하비비는 동티모르 독립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1월에 발표한 뒤 군부나 일반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인도네시아 경제위기 이후 최대의 금융부패사건인 발리은행 스캔들에 하비비 측근들이 대거 연루된 것도 그의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하비비는 앞으로 ‘주권을 내줬다’는 민족주의 세력의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인도네시아판 미하일 고르바초프’ ‘국가분열의 아버지’라는 비아냥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골카르당이 11월 대선 이전에 하비비를 용도폐기하려는 유혹은 커질 것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