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하나가 기업을 살린다.’
많은 땀방울 끝에 건져올린 신기술은 기업의 운명을 바꾼다. 신기술 하나로 위기에 처한 기업이 회생하는가 하면 새로운 도약의 바탕을 마련하기도 한다. 우리 기업들의 기술 개발에 얽힌 얘기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서울 강남역 옆 산내들인슈사의 사옥은 요즘 잃었던 활기를 되찾았다. 재작년말 화의를 신청한 이후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 회사가 썰렁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직원들의 표정에 생기가 돌아오게 한 것은 올해 5월 세계최초로 개발한 지문인식센서.
◆美-中 전시회서 호평받아
기존제품과 달리 반도체 칩을 이용한 이 센서는 제품크기를 반으로 줄여 초소형화한 것. 가격도 기존 제품의 절반 정도로 낮춘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톰슨이나 지멘스 등 외국업체도 비슷한 제품을 개발했지만 산내들의 신제품은 이를 더욱 소형화하고 낮은 가격에 상용화했다는 평가다.
크기를 크게 줄인 덕에 휴대전화나 컴퓨터에도 쉽게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중국 등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회사가 어려울 때 30만달러를 어렵게 마련해 캐나다에 보낼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이기덕사장은 이 기술 하나로 “회사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한다.
한때 잘 나가던 중견기업이던 산내들은 짧은 기간 이것 저것 신사업을 벌이다 97년말 좌초하고 말았다. 화의를 신청하고 나서 1년반. 직원의 3분의 2가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났다.
◆2년간 연구 몰두 개가
산내들이 지문인식시스템에 관심을 가진 건 회사가 급성장하던 97년 중반. 전자업종에 진출하기 위해 해동시스템이라는 업체를 인수한 산내들은 지문인식 분야가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때 캐나다 항공우주국 직원들이 지문인식 기술을 들고 한국에 와 ‘세일’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사장은 “바로,이 것이다” 싶어 당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산내들이 지문인식 기술에 대해 뭘 아느냐”는 차가운 반응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 매달리며 설득했다. 관련 기술에 대해 꽤 체계적인 설명을 해보이자 상대방도 차츰 마음을 열고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이후 2년간의 연구개발. 기술담당 이지훈부장은 “2년간 연구진들이 휴일 명절은 아예 잊고 살았다”고 말했다.
회사측도 어려운 가운데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채권단의 눈치를 살펴가며 수십억원의 자금을 만들어 지원했다.
산내들은 요즘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인천공장에 연간 1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설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 훈춘공장과 필리핀에도 신규 생산라인을 확보할 계획.
◆연 수천억대 매출 기대
내년부터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 LG반도체 등의 고급기술인력도 스카우트중이다.
이사장은 “지문인식센서 기술 하나로 ‘화의탈출’의 빛이 보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