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산악회(민산) 재건에 박차를 가해온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13일 전격적으로 ‘민산 재건 연기’ 방침을 발표한 배경은 무엇일까.
상도동 안팎에선 YS의 정치적 거점인 부산 경남지역(PK)의 민산에 대한 ‘냉랭한’ 반응이 결정적 배경이었다고 본다. 최근 현지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 민산에 대한 PK주민들의 지지도가 한자릿수를 맴돌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산 재건에 힘이 붙을 수 없다고 판단해 YS로서도 ‘전술적 후퇴’를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YS를 겨냥한 야권분열의 책임론도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YS가 이날 성명서에서 신당창당설을 거듭 부인하면서 “이에 대한 오해가 지금까지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YS는 이미 97년 대선 때 불거진 ‘이인제(李仁濟)후보 지원설’로 대선패배 책임론에 시달려 왔다. 더욱이 민산재건 세력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의 갈등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교통정리가 다급해졌다는 게 상도동측의 상황인식이다.
민산의 세규합이 여의치 못한 대목도 이번 결정에 한몫한 것 같다. 민산측은 한나라당 내 민주계의원들의 가담규모에 대해 ‘15+α’라고 공언했지만 실제 성과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계 중진인 서청원(徐淸源)의원 등 상당수 민주계의원들이 “일반 국민의 80∼90%가 민산에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YS의 이번 결정으로 이총재측은 친정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민산과의 제휴설을 흘리며 이총재를 압박하려 했던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 등 일부 당내 비주류 진영의 목소리는 수그러들 전망이다.또한 야권의 전열 정비는 여권의 총선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내심 ‘민산→신당창당’을 기정사실화하며 야권분열에 의한 반사이익을 노렸던 여권으로서는 내년 총선을 일단 ‘2여 1야’의 구도 속에서 치러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YS의 정치적 행보가 이번 민산재건 연기로 중단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박종웅(朴鍾雄)의원은 이날 “YS는 계속 각계각층 사람들을 만나며 현정권에 대한 비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총선 이후 펼쳐질 대권경쟁구도에서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기 위한 YS의 행보는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