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할 시간이 없어요.”
30대 서울대 교수 2명이 9월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부설 고등과학원의 3년 계약직 연구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외국 유명대학에 비해 열악한 서울대의 연구환경이 전직(轉職)의 이유였다.
주인공은 8월말까지 서울대 자연대 물리학과 부교수였던 이기명(李淇明·39)교수와 수학과 조교수였던 황준묵(黃準默·35)교수.
이교수와 황교수는 모두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각각 미국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젊은 과학자로 미국 유명대학에서 수년간 교수로 일하다 90년대 후반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들이 왜 서울대 교수라는 최고 명예직을 포기했을까. 황교수는 “서울대의 주당 6시간 강의는 미국과 일본 등 외국 명문대의 주당 3시간에 비해 부담이 너무 큰 데다 국립대 특성상 잡일이 많았다”며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교수 역시 “제자들과 함께 연구하지 못해 아쉽지만 학자에게 학문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전직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서울대의 30대 젊은 교수 2명이 열악한 연구환경을 이유로 외국대학 교수로 전직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대 관계자는 “일부 교수들이 연구환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