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상업방송인 후지TV의 ‘몰래카메라’에 찍혀 생명의 위협을 느낀 한국인 부부가 국내 인권단체들과 함께 방송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인권과 평화를 위한 민주연대’ 등 국내 인권단체들은 94년 8월 일본 최대 은행강도사건으로 알려진 후쿠도쿠은행 강도사건의 신고자 김모씨(66) 부부가 후지TV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김씨 부부는 사건 다음날 평소 알고 지내던 일본인에게서 “1억엔을 한국돈으로 바꿔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상히 여겨 상대방을 강도사건의 용의자로 신고했다.
그러나 일본경찰은 용의자 검거에 실패했고 김씨 부부는 97년 7월 등과 오른쪽 팔 등을 흉기로 찔리는 테러를 당했다.
한국으로 급히 귀국한 뒤에도 김씨 부부에게 “경찰에 협조하면 가족을 몰살하겠다”는 협박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후 은둔생활을 하던 김씨 부부가 후지TV 취재팀을 만난 것은 금년 3월. 김씨는 취재팀에 “숨어 살고 있다”며 사정을 설명한 뒤 ‘비보도’를 전제로 사건 이야기를 해줬지만 후지TV는 이를 몰래카메라로 찍어 그대로 방영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다시 범인들로부터 “왜 인터뷰를 했느냐. 그냥 두지 않겠다”는 협박전화에 시달렸다는 것.
김씨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사람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방송한 것은 전형적인 사생활 침해라며 소송을 내기로 결심했다고 민주연대 관계자는 전했다.
민주연대 차미경(車美敬)사무국장은 “일본쪽 인권단체를 통해 비디오테이프 내용을 확인한 뒤 후지TV측에 인권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